역사문화탐방

내소사와 개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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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은희 작성일09-11-23 17:32 조회1,2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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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에 다녀 온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자들끼리 관광버스 타고 변산반도에 구경 갔다 왔다.
내소사와 개암사, 새만금 방조제를 구경하고 왔다.

 산사관광은 내가 좋아하는 여행테마이다. 20대에는 산에 오르는 것이 주이고 절은 그저 지나가는 길목에 잠깐 들려 사진을 찍는 '대상'였지만 지금처럼 몸이 많이 망가진 상태에서는 이제 산은 그저 바라만 보는 '대상'이고 산사의 분위기에 취해 보는 것이 주가 되었다.

 나는 절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설치예술로 이해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이건 종교적인 시설은 그 시대의 모든 문화적, 기술적인 산물의 집합체이다. 지은지 300년 되는 사찰은 300년 전의 기술과 예술성을 표현한다. 거기다 시간의 무게까지 더해져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지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내소사의 개암사를 다녀왔다. 둘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지역에 지어져서 얼핏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내소사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관광버스에서 내려 절의 정문으로 걸어 가니 정문앞에 오래된 고목 나무가 있다. 가이드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며 수령 천년이상 되었다고 한다. 절 안에 있는 할아버지 나무와 쌍을 이루며 천년 이상을 절 담장을 두고 마주 보고 있다고 한다. 천년이라......고려 시대의 누군가가 심은 나무일 것이다. 사람이 심지 않았다 해도 고려 시대 조상들도 이 절을 들며나며 보았을 나무이다. 천년이라.....천년된 건물도 의미가 있지만 살아있는 나무라니, 나무라도 천년쯤 되면 어떤 의식을 가지지 않을까? 사람들이 당산제라는 것을 지내는 것이 이해가 된다.


절의 정문을 지나 천천히 걸으니 전나무길이 이어진다. 그리 수령이 오래된 것 같지는 않고 그리 길지도 않은 길이지만 왠지 운치가 있다. 좀 더 오래 이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전나무들도 한 백년이 지나면 우람한 나무가 되겠지... 나의 후손들은 아마도 우람한 전나무 길을 걸어 들어가 내소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나무 길이 끝나고 벚꽃길이 나왔다. 아직 꽃을 보기에는 이른 시기라 가이드선생님이 벚꽃나무라고 해서 벚꽃인 줄 알았다. 벚꽃이 피면 이 길에 서 있기 힘들 것이다. 사람들에 밀려 갈 것이다.  전나무와 벚꽃을 50년여 년 전에 뛰어 나신 스님이 심으셨단다. 나무는 본인를 위해 심지 않는다. 100년 후의 후손들을 위해 심는 거다. 벚꽃길이 시작되는 곳에 작은 사각형 연못이 있다. 친절하게도 드라마 대장금에 배경으로 쓰였다는 설명과 사진이 붙은 안내판이 있다. 역시 사진발이다.... 아니면 이영애발인가?


벚꽃길이 끝나고 사천왕문을 지나도 대웅전은 보이지 않는다. 항상 경내에 들어와도 곧바로 대웅전을 보여주지 않는 대부분의 사찰처럼 내소사도 아주 가까이 가기 전에는 대웅전을 볼 수 없다. 사천왕문을 지나니 아까 정문 앞에서 보았던 할머니 나무의 짝인 할아버지 나무가 보인다.  천년을 이렇게 서 있었단다...


돌계단을 올라가니 봉래루라는 것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단청도 없이 그저 오래된 한옥의 루처럼 보인다. 저 봉래루를 지나면 대웅전이 보인단다. 과연 봉래루를 지나니 갑자기 대웅전이 눈 앞에 다가 온다.


비가 온 후에 아직도 능가산 정상에 걸려 있는 구름 아래로 대웅전 우뚝 서 있다. 단아하면서도 그윽한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다.  300년 전 처음 지어졌을 때는 단청이 있었다지만 지난 세월에 단청은 다 헤어지고 마른 나무결 만이 남아 있다. 소나무란 나무는 정말 강건하다. 300여년의 비바람을 잘 견디어 주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이 300년을 버틸 수 있을까?

절집에 와 보면 80년 우리네 인생은 너무 하찮은 느낌이 든다.


  내소사에 와서는 후불탱화를 꼭 봐야 한다는 가이드 선생님 말에 떡하니 대웅전에 앉아 계신 부처님보다는 부처님 뒤쪽의 탱화에 먼저 발이 간다. 보는 사람이 지나가면 관세음보살님의 눈이 따라오는데 그걸 느끼는 사람에게는 소원성취를 해 준다는 조언에 열심히 왔다갔다했다. 다다익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왕복했다. 관람자의 눈을 따라오게 눈동자를 그리는 테크닉은 유럽에서도 발달했는데 그 테크닉의 이름이 언뜩 떠오르지 않는다. 이놈의 건망증....


 대웅전 천정은 한 시간쯤 쳐다보고 싶은 곳이다. 단체 여행이라 나만 유별난 행동을 할 수없지만 절의 천정은 정말 오래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언젠가 절 모형 쌓는 블록이 나온다면 꼭 사서 맞추어 보고 싶다.


 대웅전을 보고 나오니 산 정상에 걸렸던 구름이 서서히 가시면서 멋들어진 산꼭대기가 보인다. 역시 산정상과 함께 화면에 잡히는 대웅전의 처마 모양이 일품이다. 무슨 사적으로 지정 받았다는 네모 모양의 요사채가 보인다. 출입금지인 줄 뻔히 알면서도 살그머니 들여다 보았다. 곡선으로 떨어지는 문지방이 일품이고 네모 안의 마당에는 작은 우물이 있다. 마치 60년대 서울의 한옥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아궁이 근처의 시커먼 그을음은 아련한 솔가지 타는 냄새를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저 너머 후원에는 스카이 라이프 접시가 보인다. 여기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오래된 요사채 너머에는 새로 산뜻하게 지어진 템플스테이용 숙소가 보인다. 템플 스테이 열풍이 여기까지 미쳤나보다. 하긴 절도 과거의 영광으로만은 살 수 없다. 현실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송진이 아직 배어 나올듯한 싱싱한 기둥이 오래된 건물의 기둥과 대치를 이룬다. ‘너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려면 최소한 50년은 기다려야겠다......’


 절을 한바퀴 돌아 나오는데 마당 한가운데 핀 매화가 눈에 뛴다. 매화꽃 핀 것을 내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마치 동양화에서 보았던 멋들어지게 꺽어 진 나뭇가지에 달린 연분홍 꽃에서 은은한 향기가 나온다. 이 향기를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구절에서 보았던 은은한 매화꽃 향기. 상상 속의 꽃이 이제야 현실감을 가지게 되었다.  목련은 이제 막 피고 있다. 활짝 피기 전의 봉우리.... 가장 예쁠 때다.


 비 그친 뒤 날씨가 개이는 듯하더니 바람이 심하게 몰아친다. 바람에 풍경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조잘거리는 관람객들의 말소리를 모두 몰아내고 바람소리와 함께 풍경소리만이 들린다. 산사에 있는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


 관람을 마치고 되돌아 나오는 전나무 길이 정겹고 아쉽다. 얼핏 맨발로 걷는 자갈길과 찜질방에서 보았던 작은 토기 구슬길도 보인다. 속세의 고뇌와 거리를 두며 신성함을 지향하던 절이 동네 공원이나 찜질방을 흉내내는 것 같아 조금은 슬프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옥으로 지어진 집을 보았다. 널찍한 마당에 기와장과 흙을 이용하여 멋들어진 굴뚝도 만들어 놓았다. 누군지 제대로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 같아 부러웠다.

 점심을 먹고 개암사로 향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소나무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는데 천천히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 정기를 들어 마시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길게 하고 싶었다. 개암사 뒷산인 울금바위가 저 멀리 보인다. 남자의 xx를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것 같다. 옛 아낙네들이 아들 낳게 해달라고 기도깨나 했을 것 같다. 나는 이제 유효 기간도 지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같은 지역에 있는 내소사가 ‘나무’의 사찰이라면 개암사는 ‘돌’의 사찰이다. 개암사에는 내소사의 아기자기한 벚꽃길이라든가 경내의 멋스런 나무도 별로 없다. 목조건물의 수도 적다. 그러나 울금바위와 분위기를 맞추려는 의도였는지 검은 색의 석축과 돌계단이 많다.  아마도 내소사보다는 경사가 가파른 곳에 위치한 모양이다. 또한 절 마당도 그냥 흙이 아니라 검은자갈돌을 깔았다. 따라서 분위기가 가이드선생님 말씀대로 남성적이다.


 내소사와 마찬가지로 꽤 가까이 가도 대웅전은 보이지 않는다. 내소사는 봉래루로 대웅전을 가리고 있지만 개암사는 석축과 돌계단의 위치로 대웅전을 가리고 있다. 급격한 경사 때문에 계단을 다 오르기 전에는 대웅전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좀 계단 오르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할 때 쯤 다 올라선 계단 위에서 갑자기 대웅전이 보인다. 경내에 나무가 별로 없는 반면에 대웅전 앞 석축 위에 만들어진 화단을 꽉 채우고 있는 노란색 수선화가 찬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 그런지 찬바람에 흔들리는 수선화가 안스러워 보였다.


   개암사의 대웅전은 내소사의 대웅전과 비슷한 모양이다. 50년 후에 세워졌다고는 하지만 내소사보다 나무들이 많이 상해서 일부 교체를 했단다. 당시 목수가 보존처리를 덜 했던지 아니면 대웅전의 위치가 습기를 머금는 위치이리라.


대웅전 밖에서 바라본 울금바위는 더  무엇인가 있어 보인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그 바위 정상 근처의 굴에서  공부하셨단다. 산꼭대기인데도 지금도 물이 나온단다. 개암사에 와서는 저 바위에 한번 올라야 진짜 구경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서라... 구경 좋아하다 큰일난다. 이생에서는 포기하자.


 사찰의 규모는 개암사보다 내소사가 더 큰 것 같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개암사에서는 죽염을 팔고 있었다. 과거에 유명한 스님께서 죽염을 처음 시작하셨단다. 속세를 초월한 사찰도 ‘운영’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소나무 길을 다시 돌아서 나오는데 산비탈진 곳에 조그만한 차나무 밭이 보인다. 아마도 개암사 경내 차밭이리라... 왠지 절에서 가꾸는 차밭은 더 좋아 보이고 차 맛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한나절 산과 절 여행이 끝났다. 이제 지루한 서울로의 버스길만 남았다. 나는 다시 나의 ‘현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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